세속적 성공이 절대적 가치가 돼버린 사회에서 교육은 입시 전유물이 된 지 오래다. ‘좋은 학생’이란 심성이 바른 학생이 아니라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뜻하게 됐다. 부모들은 자녀가 ‘좋은 학생’이 되길 바라고, 학교는 그 수요에 따르는 서비스 제공자로 변했다. 가톨릭학교들도 이러한 교육환경에 적응하며 정체성의 위기를 겪어왔다. 교육자들은 ‘복음화와 전인 교육을 사명으로 하는’(「한국 가톨릭학교 교육 헌장」 제2장) 교육이념에 무지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체적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가톨릭학교교육포럼(공동대표 조영관 에릭 신부·김율옥 안젤라 수녀, 이하 교육포럼)은 이처럼 ‘가톨릭학교 정체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2003년 활동을 시작했다. 교육 주간(5월 20~26일)을 맞아 가톨릭학교를 가톨릭학교답게 하고자 고민하며 가톨릭 교육자들에게 길을 제시해 온 교육포럼에 대해 알아본다. ■ 정체성에 대한 자발적 탐구 한국 교육 제도와 문화에서 가톨릭학교가 자기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은 도전적 과제였다. 1970년대 이후 종교교육 및 종교행사 규제 등 종교계 사립학교에 대한 법적 규제가 이뤄지며 가톨릭적 교육이념을 실현하는 노력은 큰 제약을 받았다. 더구나 일반학교와 마찬가지로 성적 위주 학교교육 여건에 순응하며 ‘준공립화’의 함정에 빠졌다. 이런 현실에서 정작 가톨릭학교 교육 현황과 전망에 대한 연구가 소홀한 것이 문제였다. 1986년 가톨릭교육재단협의회가 발족해 교육 관계자들의 연수, 정보 교환, 상호 친목 도모를 해왔지만, 내용이 부족하며 활동 빈도와 학교들의 참여가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교육포럼은 이렇듯 실질적 연구모임이 전무한 상황에서 교육 관련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전문적 연구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장에 대한 필요성 위에 출범했다. 당시 동성고 종교교사로 재직하던 조영관 신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평소 가톨릭학교 교육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던 김경이 교수(클라라·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김율옥 수녀(당시 성심여고 종교교사) 등 교육자들의 자발적 학습 공동체로 첫발을 내디뎠다. 가톨릭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일선 교사들과 대학 연구자들이 정기적 연구 및 연수 활동을 통해 가톨릭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현재 공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교회적 시각에서 성찰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교육포럼의 핵심 취지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월례 세미나와 심포지엄 등 학술 활동, 교사들이 소명 의식을 고취하며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감을 맺는 장이 되는 3박4일 ‘생명의 교육자’ 집중 연수 프로그램 등을 주요 활동으로 펼쳤다. 초기에는 가톨릭학교 교육에 대한 연구가 거의 수행된 적이 없고 참고할 도서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세미나는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정체성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됐다. 종교교육의 목적과 이념, 교육의 종교성 회복을 위한 접근 등 평소 회원들이 고민하던 주제들이 선정됐다. 심포지엄은 ‘가톨릭학교 교사의 영성’, ‘앎과 삶을 통합하는 가톨릭학교 교육’ 등을 주제로 교육자들이 그간 수행해 온 가톨릭학교 교육 실천의 이론적 토대부터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후 세미나는 교육의 주요 요소인 교사, 학생뿐 아니라 교육 과정·철학, 대안학교, 리더십 등 폭넓은 주제에서 가톨릭학교다운 시각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시의성 있는 주제로도 나아갔다. 학생 인권 조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2012년에는 ‘가톨릭교육과 학생 인권 조례’를 주제로 평신도 교사가 주제 발표를 했다. 교육포럼은 국내 가톨릭 관련 연구자, 교사, 다양한 교육 공간에서 가톨릭교육을 펼치는 사람들이 가톨릭교육을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 및 출판에도 힘썼다. 2021년에는 신학·종교교육학자 토머스 그룸(Thomas Groome) 교수의 저서 「생명을 위한 교육」을 번역했다. 가톨릭 교육자로서 알아야 할 인간론, 사회론, 우주론, 인식론, 영성, 가톨릭의 개방성과 환대에 대해 제시하고 그를 토대로 한 교육론을 내용으로 담은 책으로 일부 학교에서 교사 교육에 활용되는 저서다. 또 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문창우 비오 주교)의 의뢰로 2020~2021년 교육포럼이 주축이 되어 「한국 가톨릭 학교 교육 헌장」과 「한국 가톨릭 학교 교육 지침서」 개정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학교 현장에서 널리 공유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전통성, 실천성, 명료성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이렇듯 가톨릭교육의 정체성을 다방면으로 구현해 온 교육포럼은 자발적 실천 공동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조 신부는 “동일한 문제의식을 지닌 이들이 스스로 모여 배우는 과정에서 참가자 개인뿐 아니라 교육 공동체 모두가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서로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학생들을 한 인간으로서 온전히 실현시키는 가톨릭학교들의 ‘생명의 교육자’라는 정체성과 방향성도 날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 봉착 가톨릭학교 교육 위해 유관 전문자들 모여 전문 연구 교사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게 구체적인 전인교육 방향 제시 ■ 방향성 뚜렷해진 전인교육 전인교육은 복음화와 함께 가톨릭학교 교육의 좌우 날개로 제시되는 목표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일선 교사들이 명확한 방향성을 찾기는 어렵다. 가톨릭 전인교육은 지덕체가 골고루 발달한 인간을 양성하는 일반적 전인교육과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포럼은 추상적일 수도 있는 가톨릭 전인교육이 곧 예수의 가르침을 내면화한 ‘그리스도적 인간’을 육성하는 것임을 교사들에게 일깨워 준다. 이해타산, 가치전도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공동선으로 나아가는 하느님의 모상을 육성할 수 있도록 가톨릭학교만의 전인교육에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참가자들이 전인교육 활동에 대해 토론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데서 교육포럼은 큰 호응을 거두고 있다. 2013년부터 교육포럼에 참여해 온 박문여자고등학교 남상보(바오로) 교사는 “‘가톨릭교사에게 필요한 리더십’을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 참여한 이후 전인교육을 위한 학급 담임교사로서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남 교사는 “동료 가톨릭학교 교사들의 교육 비전과 영성을 토대로 나누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면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부터 교육포럼에서 활동한 소명여자고등학교 김종오(마티아) 교감은 “각종 교회 문헌 가르침을 공부하며,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교사들의 고민들을 알아보면서 나는 과연 어떤 교사로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가톨릭 학교 교육 헌장」과 「한국 가톨릭 학교 교육 지침서」 개정 작업에도 동참한 김 교감은 “학문적이고 추상적일 수도 있는 가톨릭교육 사명을 구현하며 나는 현장에서 어떤 교사로 살아갈 것인지 되뇌는 계기가 된다”고 전했다.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등산과 트레킹 열풍이 불고 있다. 제주 올레길과 각종 둘레길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인기를 반영하듯 한국관광공사의 걷기·자전거 여행 정보 사이트 ‘두루누비’에 등록된 트레킹 코스는 2022년 기준 2188개에 이른다. 걷기 열풍은 이후 ‘치유’와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더해져 종교 순례지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열풍의 중심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었고, 이는 국내에 있는 천주교 순례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자체가 앞장서 조성한 순례길은 5곳, 현재 계획 중인 길은 2곳이다. 천주교 순례길 조성을 담당한 지자체 관계자들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천주교 문화가 한국 전통문화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순교를 선택했던 신자들의 정신이 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요소라는 데도 동의했다. 지자체와 교회가 손을 잡고 가장 먼저 조성한 순례길은 충남 당진시 버그내 순례길이다. 2010년 조성된 순례길은 솔뫼성지에서 시작해 합덕성당, 원시장·원시보 우물터, 무명 순교자의 묘, 신리성지까지 13.3km에 이른다. 이후 제주교구와 제주도가 손을 잡고 천주교 순례길(2012)을 조성했고, 충남 홍성과 예산, 서산, 당진 등 4개 시군이 조성한 내포문화숲길(2014)은 2021년 국가숲길로 지정됐다. 내포문화숲길에는 천주교 성지를 잇는 내포천주교순례길이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 가장 긴 천주교 순례길은 원주시가 조성했다. 2022년 개통한 원주 천주교 성지순례길은 풍수원성당부터 배론성지까지 총 250km가량 이어져 있다. 김대건 신부의 자취를 따라가며 걸을 수 있는 청년 김대건 길도 용인시에서 조성했다. 은이성지에서 신덕·망덕·애덕고개를 지나 미리내성지까지 10.3km를 걸으며 순교 정신을 체험할 수 있다. 한국 천주교 역사는 순례와 뗄 수 없다. 박해를 피해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았던 신자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걷고 또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숨어서 이동했던 길이기에 천주교 순례길에서는 시원하게 탁 트인 풍경을 찾기 어렵다. 천주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순례객을 사로잡기 위해서 길의 가치와 스토리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청년 김대건 길 문화관광해설사 옥영재(마티아)씨는 “순례길에 참여한 비신자의 경우 대부분 김대건 신부님이 최초의 한국인 신부라는 정보만 알고 순례한다”며 “용인시가 순례길의 인프라를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면 교회는 김대건 신부님의 삶과 신앙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성지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버그내 순례길의 종착지인 신리성지는 미사 시간 외에 방문객 중 70% 이상이 비신자다. 천주교의 정신과 이야기를 이 시대 사람들의 시선에 맞게 해석해 놓은 공간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신리성지 전담 김동겸(베드로) 신부는 “성지에 비신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개선하고자 미술관과 카페, 공원의 조경 등 보고 즐길 요소들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천주교의 유산이 담겨있는 성지도 결국은 이 시대 사람과 만나야 하기에 세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이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5년 희년을 공식 선포하며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두려움과 낙담으로 얼룩진 세계에서 기쁘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자”고 요청했다. 교황은 5월 9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聖門) 앞에서 주님 승천 대축일 저녁 기도회를 주례하면서 칙서 「희망은 실망하지 않는다」(Spes Non Confundit, Hope Dose Not Disappoint)를 통해 2025년 희년을 선포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가끔 지치고 상처받는 일상에서 희망이 필요하다”며 “우리 마음은 진실과 선과 아름다움을 갈망하고, 우리의 소망은 어떤 어두움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이 희년을 선포할 때 교황 양옆에는 추기경과 주교, 수도자, 외교사절 등 200여 명이 자리했다. 주님 승천 대축일에 앞서 마련된 이날 전례에서 교황은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안과 밖 모든 것들이 희망을 갈망하고 하느님과의 친밀함을 추구하고 있다”며 2025년 희년의 주제가 희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칙서 「희망은 실망하지 않는다」에 따르면, 올해 12월 24일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이 열리며 희년이 시작돼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 이어진다. 칙서에는 2025년 희년의 취지가 “신앙인들은 구원의 통로인 예수님과의 관계를 보다 친밀하게 가져야 하고, 교회는 항상, 어디에서나, 우리 모두에게 예수님을 우리의 희망이라고 선포해야 한다”고 설명돼 있다. 교황은 희년을 선포하던 저녁 기도회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근거를 두고 있다”면서 “다가올 희년 동안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희망을 기뻐하고, 숙고하고, 온 세상에 선포하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희년 축제를 준비하면서 보내고 있는 올해 기도의 해 기간에 너무나 많은 절망으로 가득 찬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그리스도에게 우리의 마음을 올려 드리자”며 “희망은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심각하게 상처받고 망가진 피조물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필요하지만, 특히 “오직 ‘지금, 여기’의 일에만 신경 쓰는 사람들과 개인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근심과 두려움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희년을 선언한 칙서에는 2025년이 325년 5월에 시작된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이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교회일치에 힘쓰는 기간이 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돼 있다. 칙서에는 가톨릭교회와 가톨릭신자들이 희년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주로 다뤄져 있지만, 교황은 “희년 축제에 타 그리스도교 교회와 공동체들의 참여,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의 재조명을 원한다”고 밝혔다. 니케아공의회에서 채택된 신경은 모든 교회가 일치하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신앙을 고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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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찾은 주교들, 자립준비 청소년 이야기 경청…"여러분의 꿈 응원합니다"

주교단이 사각지대의 위기 청소년·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자립에서 겪는 어려움에 공감과 연대의 뜻을 전했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5월 9일 자립준비청년·청소년들과 만났다. 주교단은 인천 산곡동성당(주임 이홍영 파스칼 신부)에서 청년·청소년들과 만남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고,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인천시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관장 송원섭 베드로 신부, 이하 별바라기) 및 성당 내 자활작업장 ‘아(雅)카페’(이하 아카페)를 방문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위원장 김종강 시몬 주교)가 주관한 이날 주교 현장 체험에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종강 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가 참석했다. 김종강 주교는 격려사에서 “한국의 심각한 청소년 문제 앞에 교회가 사목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가장자리에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며 문제를 숙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 체험에서 주교단은 별바라기 청소년·청년들과 관장 송원섭 신부에게 자립준비 청소년들의 어려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가정 내 학대, 폭력, 방임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온 아동청소년들은 경찰청 통계상 약 5만 명으로 추산된다.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찜질방, PC방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위해 인터넷 사기, 불법 도박 등 범죄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미성년자 성착취는 가장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별바라기에서는 가정에서 분리된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게 지원한다. 하지만 정서·심리적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아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성년이 되면 혼자 생계비를 벌거나 공과금 납부 등 은행 업무, 부동산 문제도 혼자서 해결해야 하지만, 밥 짓기, 빨래·청소하기 등 기초 자립 생활 소양도 익숙지 않은 어린 나이에 모든 걸 습득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청소년들은 별바라기의 지원으로 자립을 훈련받는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기회를 주며 “가족이 없어도 우리가 그 가족 대신 동반자가 돼 주겠다”는 신부와 직원들의 진심에 힘입어 생활비 지출 계획 등 경제적 훈련, 일자리 구하기 등에 나서며 용기를 낸다. “도와주시는 신부님과 어른들 덕에 ‘나도 존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저도 자립해서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18살에 송 신부를 만나 별바라기에 온 자립청년 송기주(베드로·24)씨는 아카페에서 일하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바리스타 자격증, 조주 기능사, 미용사 자격증, 두피 관리사 자격증 등 많은 자격증을 취득했다. 송씨는 “동생들에게 용돈도 주는 등 신부님처럼 함께 돌보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정신철 주교는 “말하기 어려운 어려움을 진솔히 나눠주고 그 극복의 이야기를 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며 “교회는 여러분의 꿈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시대에 응답하는 사제 양성 방법은?

수원가톨릭대학교 40년의 사제 양성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이 시대에 맞는 사제양성은 어떻게 이뤄져야할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원가톨릭대학교 부설 이성과신앙연구소(소장 전홍 요한 세례자 신부)는 5월 8일 수원가톨릭대 하상관에서 수원가톨릭대학교 개교 40주년을 기념해 ‘시대를 사는 사제, 시대에 응답하는 양성’을 주제로 제46회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서 ‘수원가톨릭대학교 40년 사제 양성의 발자취’를 주제로 발표한 수원가톨릭대 교수 황치헌(요셉) 신부는 수원가톨릭대 개교 이전의 역사부터 초대 학장, 그리고 현 제12대 총장 재임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신학교의 사제 양성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조명했다. 이어 수원가톨릭대 교수 한민택(바오로) 신부가 ‘시노드적 양성을 위한 밑그림-신학생 양성을 중심으로’를, 대전교구 노은동본당 주임 김유정(유스티노) 신부가 ‘사제 양성자의 양성에 관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대전교구 가수원본당 주임 안동훈(안드레아) 신부와 수원가톨릭대 교수 김의태(베네딕토) 신부가 각각 논평했다. 한민택 신부는 시노달리타스와 신학생 양성에 관한 교회 문헌들을 분석하고, 특별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에 제출된 한국교회 의견서를 살폈다. 그러면서 시노드적 양성과 관련해 검토해야 할 주제로 ‘계급문화와 전통’, ‘그릇된 엘리트주의’, ‘공동체적 식별’ 등을 제안했다. 김유정 신부는 사제 양성자에 관한 교회 문헌을 통해 사제 양성자의 역할을 조명했다. 또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의 ‘그리스도교 성소 인간학’ 연구와 여러 양성 모델들을 제시했다. 또한 이날 학술발표회 중에는 발표자만이 아니라 참석자 전원이 소그룹으로 토의하고 토의 내용을 공유하며 종합토론하는 시간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 참석한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는 격려사를 통해 “우리를 부르신 분은 그리스도이고, 우리를 양성하시는 분도 그분으로, 양성을 받는 신학생과 양성을 하는 사제이기 전에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학교의 동창생이고 동기”라면서 “오늘 학술발표회가 우리의 내적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리스도께 나를 내어 드릴 수 있는 자리, 선교적인 교회, 함께 걸어가는 교회, 이 교회가 필요로 하는 사제 양성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수원가톨릭대 총장 박찬호(필립보) 신부는 개회사에서 “사제 양성의 목적은 결국 그리스도와의 내밀한 친교를 통해 그리스도처럼 되는 것”이라며 “이 고귀한 목적이 현시대에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오늘 학술대회를 통해 우리의 근본을 상기하고 한 걸음 도약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원주의 사회, 종교의 역할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비오 신부)은 지난 5월 11일 수원교구청 대강당에서 ‘21세기 아시아 종교와 그리스도교 영성’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교회가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종교·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다원주의 사회 속 다양한 종교를 포용하고 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수원교구 교구장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는 격려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시노달리타스를 강조하시면서 특히 타종교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할 것을 요청하셨다”며 “교회 밖 타 종교인, 심지어 무신론자의 목소리까지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신부는 개회사에서 “교회는 아시아 문화권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다원주의 시대에 아시아 종교를 이해하고 그들과 더 효과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이번 심포지엄 주제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발표자들은 각각 동아시아 종교 근본주의, 불교와 그리스도교, 일본 사회의 종말론을 다뤘다. ‘동아시아의 종교 근본주의와 그리스도교 대화의 영성’을 주제로 발표한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안동훈(안드레아) 신부는 종교적 근본주의를 ‘경전의 문자적 의미만 강조’하며 때로는 폭력적인 ‘현대화에 대한 저항’으로 설명했다. 안 신부는 “그리스도교 진리에 대한 확고한 인식 속에서 근본주의를 이해해야 하고, 지금껏 해왔던 그리스도교 특유의 타종교에 개방적인 ‘대화 영성’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전 교수 서명원 신부(베르나르도·예수회)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비교방법론’을 주제로 부처님과 예수님의 초기 공생활을 비교했다. 또 불교 문화권인 한국에 대해 “한국의 언어문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7세기 동안 한국사회에 스며든 불교문화는 한국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일본 사회의 위기와 종말론’을 주제로 발표한 예수회 미쓰노부 이치로 신부는 “현대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낀 현대인들은 그 탈출구로 종말론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며 그 대표적 국가로 일본을 들었다. 또 현대 사회에 빠르게 퍼지는 ‘사이비 종교의 종말론’, ‘정치의 종말론’에 대해 설명하고, 그리스도교 현대 신학·철학자들이 말하는 참된 종말론에 대해 설명했다.

주교회의, ‘기도의 해’ 사목 자료집 전자책 발간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교황청 복음화부 세계복음화부서가 펴낸 2024년 ‘기도의 해’ 사목 자료집 「저희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한국어 번역본을 최근 전자책(ebook)으로 발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025년 희년을 준비하며 기도의 해를 살아가기’를 부제로 한 사목 자료집은 86쪽 분량으로 기도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 2025년 희년을 위한 신자들의 기도 소개와 함께 장소와 대상에 따른 맞춤형 기도의 의미와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3장은 본당 공동체에서 봉헌할 수 있는 주님을 위한 24시간과 성체조배, 4장은 기도의 학교라고 할 수 있는 가정에서 봉헌할 수 있는 기도를 소개한다. 아울러 젊은이들의 기도와 수도원의 기도, 성지에서의 기도를 각각 자세히 안내한다. 사목 자료집 머리말에서 교황청 복음화부는 “2025년 희년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자료집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대화인 기도를 심화하기 위한 초대”라며 “기도를 통해 창조주와 계속되는 대화 안에 깊이 들어가 침묵의 기쁨, 자신을 내려놓는 평화, 성인들의 통공을 통한 전구의 힘을 발견하자”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21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 삼종기도 중 올해를 ‘기도의 해’로 선포하고 “기도의 해의 목표는 기도가 갖고 있는 가치와 그 필요성을 재발견하는 것이며, 개인 생활에서의 기도, 교회 생활에서의 기도 그리고 세계를 위한 모든 기도를 추구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주교회의는 2025년 희년을 준비하며 교황청 복음화부에서 펴낸 2024년 기도의 해 시리즈(Appunti sulla Preghiera: 기도에 관한 노트) 총 여덟 권을 우리말로 번역해 올해 중 출판할 예정이다. 한편 주교회의는 5월 7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종합 보고서」(Synthesis Report)에 대한 한국 교구들의 의견을 종합해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정리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를 5월 15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5년 희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교황청 복음화부에서 펴낸 2024년 기도의 해 시리즈(Appunti sulla Preghiera: 기도에 관한 노트) 총 여덟 권을 우리말로 번역해 출판하기로 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총무에는 의정부교구 강주석(베드로) 신부를 재임명했다.

종합

수원교구 시흥지구 합동 유아세례

수원교구 시흥지구(지구장 최경남 베네딕토 신부)가 지구 합동 유아세례로 지구 내 어린 아이와 그 가정을 위한 큰 잔치를 마련했다. 시흥지구는 5월 11일 시화성바오로성당에서 지구 내 8개 본당 20명의 어린이를 위한 지구 유아세례를 거행했다. 시흥지구 가정사목(담당 강은식 에우세비오 신부)은 저출산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유아와 그 가정들이 유아세례를 더욱 성대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돕고, 유아세례와 가정에서 이뤄지는 신앙 전수의 의미를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이번 합동 유아세례식을 마련했다. 최경남 신부 주례로 열린 이날 합동 유아세례식에는 군자·능곡·목감·배곧·시화성바오로·시화성베드로·연성·장곡본당 유아세례 대상 어린이 20명과 가족 및 대부모 100여 명이 함께했다. 지구는 이날 유아세례식 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유아세례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 세례예식 전에는 부모교육을 마련, 유아세례의 의미와 자녀에게 신앙을 물려주는 가정의 중요성에 관해 전하는 시간을 보냈다. 예식 후에는 축하연을 마련해 각 가정들이 유아세례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시흥지구는 각 유아세례자의 이니셜이 새겨진 십자가를 선물하고, 각 가정이 이날을 기념할 수 있도록 포토존을 설치하기도 했다. 지구 유아세례를 준비한 강은식 신부는 “유아세례가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큰 축복인지 느낄 수 있도록 이번 지구 유아세례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강 신부는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있지만, 또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세대 신자분들께도 더 관심을 보이고자 했다”며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세대들이 신앙의 불을 다시 키워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세례식을 주례한 최경남 신부는 “지구 유아세례는 아기들의 세례를 더 크게 축하해 주려고 마련한 것”며 “우리 사랑하는 아기들을 하느님께서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지켜주시도록 우리 신부님들이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자작시 쓰고 교우들과 나누며 깊은 위로 받았어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삼각지성당(주임 박홍철 다니엘 신부)내 ‘마리아의 정원’ 방에서는 윤동주의 ‘서시’를 비롯한 시어(詩語)들의 낭송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 4월 26일부터 진행되는 ‘예수님과 함께하는 낭송 수업’이었다. 10여 명의 참가자들은 남궁경숙(안나) 시인의 지도로 함께 명시를 소리 내 읽어보는 한편 각자 써 온 자작시를 발표했다. 대부분은 처음 시를 써보고 발표하는 자리였음에도 ‘기억’과 ‘머무름’, ‘12월’ 등 저마다의 일상과 삶의 편린이 스며든 아름다운 시들을 나눴다. 병상에 있었던 아픔과 가족을 사랑하는 이야기가 녹아든 시에 때로 읽는 이들도 이를 듣는 참가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4회차 프로그램으로 준비된 수업은 1~2회 동안 시인을 초대해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또 직접 쓰고 발표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3회에서는 집중적으로 시를 더 써보는 과정이 준비됐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라는 글을 듣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도 가졌다. 비록 길지 않았지만, 이 과정은 참가자들이 ‘표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 5월 24일 마무리될 수업은 박홍철 신부 강의와 한 명씩 지은 시를 낭독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이번 수업은 하느님과 신앙, 기도의 마음을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하는 시간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 시를 써보는 동안 언어와 글, 삶에서도 시선이 달라졌다는 평이다. 참석자들은 시를 쓰며, 또 다른 이들의 시 낭송을 들으며 치유를 받고 시를 가깝게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전문적으로 시를 써보고 싶은 용기를 얻었다”고도 밝혔다. “성당에서 그저 가볍게 목 인사만 하고 스쳐 간 관계였는데, 같이 수업을 들으며 시를 통해 그들 삶에서 배어 나오는 솔직함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시를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위로와 평온을 얻었습니다." 다음 수업을 기다리며 회원들의 어떤 시를 만날지 일주일 동안 기다려지는 즐거움을 느꼈다는 백진숙(데레사)씨는 “매주 화요일 평일 미사 강론 중 주임 신부님께서 복음과 연관된 시들을 읽어 주시는데, 그런 시간이 스며들어 더욱 시가 가깝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 “낭송 수업을 통해 일상에서 끌어내지 못한, 내면에 예수님 사랑이 깃들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계심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업에 함께하며 자작시를 나누기도 한 박홍철 신부는 “시를 포함한 문학적인 도구들, 또 노래 몸짓 등으로 기도나 하느님께 나아가는 방법을 확장하고 시도해 보는 그런 장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